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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죽문학

단편 | 돌죽문학) 무예와 칼날의 이름으로-中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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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글쓰는유동 작성일19-07-08 15:13 조회1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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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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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 갑주 차림의 전쟁군주들이 서로 갑론을박을 벌이며 다투는 모습. 상점가 관문 앞에 도착한 7명의 오크들이 본 광경은 그러했다. 마법사와 마도사들은 불안해하며 주문을 읊조리고 있었다. 베오그의 신단 앞에 모여 기도하는 사제들과, 그들을 이끄는 고위 사제가 탄원하는 목소리가 다른 오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광산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우왕좌앙하는 다른 오크들 사이로, 수련하는 자와 그의 일행은 한창 논박을 벌이던 전쟁군주들에게로 다가갔다.

"군주님들이시여,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중이랍니까?"

수련하는 자가 묻자, 전쟁군주들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던 군주 하나가 대답했다.

"상황이 좋지 않소, 이국의 기사들이여. 상층에 침입자가 들이닥쳤다는 소식이 내려왔는데, 그 후로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도망쳐 내려오는 이들도 없고, 정찰대를 보내도 돌아오는 이들이 단 한 명도 없소이다."

그 군주는 한숨을 쉬며 다른 군주들과 재차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태껏 침입자가 상층을 공격해온 일은 여러 번 있었으나, 아무도 도망치지 못했던 적은 없었다. 적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던 탓에, 군주들은 어떤 진형을 짜야 하는지조차 쉬이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는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내려치는 자가 월아산의 날을 다듬으며 수련하는 자에게 물었다.

"병법에 대해선 저보다 이 친구가 더 잘 알죠."

수련하는 자가 베어넘기는 자를 향해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마침, 베어넘기는 자는 어느 군벌의 사병 출신이었다. 베어넘기는 자는 방패의 끈을 팔뚝에 단단히 여미며 말을 건네받았다.

"아무도 도망치지 못했고, 정찰대도 전원 제압했으니 상대는 한 놈이 아닐 겁니다. 아마 머릿수가 꽤 되는 녀석인가보군요. 전열에 창병들을 세워두고, 후열에 노수들을 세워두는 진형을 기본으로 해야 될 듯 싶습니다."

베어넘기는 자는 도끼의 널찍한 날을 헝겊으로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측면으로의 침투를 막기 위해, 그리고 곳곳에 빠르게 화력을 지원하기 위해 좌익과 우익에 와르그들을 배치해두는 편이 좋겠군요. 사제들과 마법사들은 제 전문이 아닌지라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제들은 방진의 정중앙에 배치하여 지휘를 맡기면 될 듯 하고, 마법사들은 노수들과 같은 대열에서 화력을 지원하면 될 듯 합니다."
"음. 잘 들었네. 가서 그대로 전하면 될 거 같네만."

베어넘기는 자가 말을 마치자, 내려치는 자는 턱짓으로 한창 회의중인 전쟁군주들을 가리켰다.


광산의 창병들은 관문 앞에 줄지어 대열을 맞추었다. 서슬퍼런 창날들이 매서운 태세로 관문을 겨누었다. 노수들 역시 쇠뇌에 화살을 먹이며 마찬가지로 관문을 겨누었다. 마법사와 마도사들은 숨을 가다듬으며 마력의 맥동을 느꼈고, 사제들은 방진의 중앙에 위치하게 된 베오그의 신단을 둘러싼 채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전쟁군주들은 베어넘기는 자와 함께 몇 가지 사안들을 좀 더 상의하고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니까, 우린 각자 재주가 특출난 녀석들인거 같슴다."

찌르는 자가 후드를 뒤집어쓴 채 장갑을 끼며 말했다.

"그러게. 너처럼 자그마한 녀석도 확실한 특기가 있잖니?"

꿰뚫는 자가 와르그에 올라타 찌르는 자를 내려다보며 한 마디 툭 던졌다. 광산의 오크들 중 와르그에 올라타 싸울 수 있는 오크는 그녀가 유일했고, 광산의 오크들 중 조용히 숨어있다 때가 되면 빈틈에 비수를 꽂을 수 있을만한 실력자는 찌르는 자가 유일했다. 찌르는 자는 낄낄거리며 말했다.

"그럼, 전 제 특기를 살리러 가보죠. 이따 살아서 뵙시다."

찌르는 자는 후드를 푹 눌러쓰고, 기민한 몸놀림으로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라? 얘 어디갔니?"

마도사들을 신기하다는 듯 한창 바라보던 되갚는 자가 물었다.

"자기가 있을 자리로 갔지. 그럼 나도 간다?"

꿰뚫는 자는 되갚는 자가 무어라 더 물어볼 새도 없이 이랴! 하며 와르그와 함께 오크들 사이로 빠져나갔다. 되갚는 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 자신이 있어야 하는 자리인 사제들의 호위대 쪽으로 향했다.

한편, 부수는 자와 내려치는 자, 그리고 수련하는 자는 창병들과 함께 관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여러 차례 크흠, 하며 헛기침을 하던 부수는 자에게 내려치는 자가 팔꿈치로 툭툭 치며 눈치를 주자, 부수는 자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거, 노익장은 이런 상황에서 긴장도 안하십니까."
"욘석아, 긴장이 되니까 좀 조용히 있으라는게지."

부수는 자는 샛별철퇴를 쥔 손을 꽉 움켜쥐었다. 내려치는 자 역시 월아산을 쥔 손을 꽉 움켜쥐었다.

"이번 싸움에선 확실히 강자를 만날거란 느낌이 드는군요."

수련하는 자도 마찬가지로, 양 손의 주먹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에헤이, 자네까지. 거 집중하게 조용히..."

내려치는 자가 무어라 더 말을 덧붙이려던 찰나, 관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천천히 열리는 그 잠깐의 정적은 소름끼치도록 서늘했다. 수련하는 자는 긴장과 함께 스쳐지나가는 주마등 속에서 생각했다. 얼마나 강한 상대일까? 우리가 그동한 갈고 닦아온 무도의 결실을 가늠해보기에 충분한 상대일까? 전사일까, 마법사일까? 미노타우로스일까, 가고일일까?


문이 열고 들어온 것은 상처 하나 없이 돌아온 정찰병이었다. 오크들은 잠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너무나도 평화롭고 태연한 표정의 정찰병이 걸어오는 것을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저벅저벅 걸어오던 정찰병은 창날의 끝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오크의 피를 나눈 형제자매들은 들으라!"

오크들은 그의 목소리에 크게 놀라 움추러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몹시 컸고, 무엇보다도 몹시 감미로웠다.

"그대들에게 기쁜 복음을 전하러 왔노라! 메시아께서, 베오그의 메시아께서 내려오셨노라!"

사제들의 얼굴이 흙빛으로 일그러졌다. 고위 사제는 한 손에 든 석판을 움켜쥐었다. 전쟁군주들 역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정찰병을 바라보았다. 광산의 오크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메시아? 정말로 메시아께서 당도하셨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빠지려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네만..."

내려치는 자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정찰병의 뒤에서 한 사내가 걸어나왔다. 이곳에 서 있는 모든 오크들 중에서도 가장 오크다운 사내였다. 이 자리의 모든 오크들은, 그가 바로 베오그가 점지한 그들의 메시아임을 깨달았다. 메시아는 아름다운 은백색 도끼를 잡은 손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위대하신 베오그의 뜻을 받들 자 누구 있느냐!"

가장 먼저, 전열의 창병들이 대거 무릎을 꿇었다.

"기쁘게 그대를 따르겠습니다!"

뒤이어 고위 사제와 몇몇을 뺀 나머지 사제들도 경건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 잠깐 사이에, 무릎꿇지 않고 서 있는 오크들은 채 마흔이 되질 않았다. 개중에는 전쟁군주들과 고위 사제, 마도사 서넛, 그리고 7명의 오크들이 메시아의 준엄한 외침 앞에 겨우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었다. 메시아는 아직까지 서 있는 오크들을 쭉 훑어보더니, 말없이 도끼를 겨누었다. 그러자 무릎을 꿇었던 오크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아직까지 뜻을 굽히지 않은 이들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젠장, 엿됐군."

내려치는 자가 다가오는 오크들을 향해 월아사는 겨누며 말했다. 부수는 자는 크흠! 하는 헛기침과 함께 위협적으로 샛별철퇴를 휘둘렀다. 수련하는 자는 말없이 메시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셋을 둘러싼 오크들이 대부분 무릎을 꿇었기에, 자연스럽게 셋은 서로 등을 맞대는 모양새가 되었다. 부수는 자는 허리춤에 찬 술병을 들이킨 다음, 다가오는 오크들을 향해 그것을 거칠게 내던지며 외쳤다.

"우리들에겐 메시아가 필요하지 않아!"
"염병할, 자극하지 말게!"

내려치는 자가 말리는 것이 무색하게도, 오크들은 전투를 알리는 함성과 함께 달려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창칼이 사방에서 죄여오는 형국이었다.

"별 수 없군요. 해봅시다."

수련하는 자는 여전히 메시아를 응시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메시아 역시 여전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흠!"

부수는 자는 기합과 함께 샛별철퇴를 휘둘러 선두에서 달려온 어느 이름없는 오크의 두개골을 으깼다. 그가 기합을 줄 때마다, 오크들 여럿이 허공으로 날아가거나 바닥에 고꾸러졌다. 한편 내려치는 자는 유려한 동작으로 월아산을 매끄럽게 움직이며 다가오는 오크들의 목을 하나하나 베었다. 날이 닿지 않는 거리로 파고든 오크의 정수리를 손잡이 부분으로 후려치며, 내려치는 자는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다가오는 오크들에게 노익장의 관록을 보여주었다.

그러는 사이, 수련하는 자는 덮쳐오는 창칼을 손으로 잡아 집어던졌다. 메시아의 발치에 오크들이 내던져지자, 메시아는 상층으로부터 내려온 다른 오크 군세를 불러내어 계속 진군시켰다. 수련하는 자는 메시아가 의외로 수동적인 태도로, 마치 오크들을 버리듯이 싸움에 임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큰형님! 숙이십시오!"

뒤편에서 베어넘기는 자가 외쳤다. 수련하는 자와 나머지 둘이 재빨리 몸을 숙이자, 전쟁군주들과 기사 몇몇이 일시에 쇠뇌를 당겼다. 여러 발의 화살들이 메시아에게로 맹렬히 날아갔다.

그러나 화살이 쇠뇌를 떠나 메시아에게 닿기 전까지의 그 잠깐동안, 메시아가 불러낸 베오그의 힘이 베어넘기는 자를 내리쳤다. 베어넘기는 자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메시아는 능숙한 동작으로 기이하게 생긴 목재 방패를 휘둘러 화살들을 모두 튕겨냈다. 마치 가소롭다는 듯이, 단 한 발의 화살도 메시아에게 명중하지 못하자 전쟁군주들과 기사들은 더욱 당혹스러워하며 각자의 무기를 들고 메시아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기사들 몇몇은 그들을 가로막아선 오크들에게 발목이 잡혔으나, 전쟁군주들은 모두 무사히 메시아와 교전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전쟁군주들은 멈추지 않고 메시아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메시아는 전쟁군주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품속에서 마법봉 하나를 꺼내 휘둘렀다. 지독한 산성액 한 줄기가 전쟁군주들의 무구와 갑주를 꿰뚫고, 메시아의 편에서 싸우던 오크들에게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거리에서 사그라들었다. 지글거리는 산성액의 고통에도 이악물고 달려든 전쟁군주들을 돕기 위해, 살아남은 몇몇 마도사들이 메시아의 측면으로 다가갔으나, 갑작스레 뿜어져나온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마도사들이 당황해하던 찰나, 와르그들을 뚫고 파고든 메시아의 오크들이 마도사들과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대검을 든 기사 하나가 베오그 님께 위선자의 피를! 이라고 외치며 마도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위선자는 개뿔."

어느샌가 와르그를 타고 달려온 꿰뚫는 자의 미늘창이 기사의 명치를 꿰뚫었다. 당황하던 마도사들은 이내 침착함을 다소 회복하고 다가오는 메시아의 오크들을 향해 형형색색의 악마들을 불러냈다. 꿰뚫는 자는 전장을 둘러보며 도움이 필요한 곳을 살폈다. 메시아가 부리는 대부분의 오크들은 와르그 떼를 상대하고 있었고, 특히 마법사들과 사제들은 이상하리만큼 전열에서 싸우고 있었다. 아무리 오크가 호전적이라지만, 적어도 누굴 앞에 세워야 하는지 정도는 분간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꿰뚫는 자는 그것이 베오그에 대한 광적인 신앙심 탓이겠거니 했지만, 똑같이 베오그를 섬김에도 서로 싸우는 메시아의 오크들과 고위 사제를 보고선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꿰뚫는 자는 와르그와 함께 한달음에 고위 사제의 곁에 도착했다. 고위 사제는 베오그의 신단을 등진 채, 되갚는 자와 단 둘이서 사방을 둘러싼 메시아의 사제들과 분전하고 있었다. 고위 사제가 불러낸 악마들과 치유의 힘으로 겨우겨우 버티는 형국 속으로, 꿰뚫는 자는 기합과 함께 미늘창을 휘두르며 파고들었다.

"안녕, 우리 미친년!"

되갚는 자에게 도끼를 휘두르려던 사제 하나의 등을 미늘창으로 베어버리며 꿰뚫는 자가 말했다.

"반갑기도 해라. 다른 애들은?"

되갚는 자는 버클러로 사제의 칼날을 흘려보낸 뒤 장검으로 사제의 팔을 베며 물었다.

"큰형님네는 머릿수만 많지 졸개들이랑 싸우느라 크게 문제 없어 보이고..."

꿰뚫는 자가 고위 사제의 얼음 악마가 붙잡은 사제 하나의 머리를 미늘창으로 내려찍으며 말했다.

"찌르는 놈은 아직 빈틈을 재는 거 같은데..."

그녀는 주황색 악마에게 어깨를 물려 고통스러워하는 사제의 목에 미늘창을 내리꽂으며 말을 이었다.

"베어넘기는 녀석은 강타 맞고 뻗었...아악! 내 머리!"

꿰뚫는 자는 사제 여럿이 동시에 불러낸 베오그의 강타에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며 비틀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든 사제들 앞에, 되갚는 자가 미끄러지듯 달려와 선두의 목을 베었다.

"내 친구 때린 놈이 누구야? 너네냐? 어?"

되갚는 자는 격앙된 어조로 소리쳤다. 메시아의 사제들은 대답 대신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되갚는 자는 사제들의 공격 하나하나를 모두 피하고 흘려내는 것과 동시에, 절제된 곡선을 그리며 장검을 휘둘러 사제들 하나하나를 베어나갔다. 고위 사제는 되갚는 자의 터무니없는 검술에 할 말을 잃고 있었다가, 아직도 비틀거리는 꿰뚫는 자에게 치유의 힘을 불러내 정신을 차리게 했다.


그런 식으로, 메시아의 오크들은 수련하는 자의 일행에 맞서 분전하다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머릿수는 당연히 메시아 쪽이 훨씬 우세하였으나, 전세는 차츰 광산의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러던 찰나, 메시아를 둘러싼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수련하는 자는 말없이 안개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뭐가 보이나?"

내려치는 자가 월아산의 날에 들러붙은 살점 따위를 털어내며 물었다. 수련하는 자의 시선은 안개 사이로부터 천천히 걸어나오는 한 형체를 향해 있었다.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메시아의 것이었다. 전쟁군주들은 참혹한 몰골의 주검이 된 채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메시아는 조금도 지친 기색 없이, 은백색의 도끼를 까딱거리며 살아남은 광산의 오크들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도사들은 전쟁군주들이 전멸한 광경에 경악해하며, 화염과 어둠의 화살들을 쏘아보냈으나 메시아는 가볍게 흘려보내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 마도사들은 자신들의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모습을 보며, 메시아가 걸어오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공포에 질린 채 악마를 부르는 주문을 미친듯이 중얼거렸다. 메시아는 하나 둘, 하나 둘 박자라도 맞추는 듯이 도끼를 휘두르며 악마들을 베어넘겼고, 오래잖아 마도사들의 앞에 다다르자 그들은 결국 메시아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고위 사제는 허탈해하며 자신의 눈앞에 너무나도 손쉽게 오크들을 무릎꿇리는 메시아를 바라보았다. 이젠 메시아의 편으로 일어선 마도사들이 기세등등한 눈빛으로 고위 사제를 바라보았고, 그 사이로 메시아가 천천히 걸어오며 고위 사제를 응시하고 있었다. 고위 사제는 메시아의 걸음걸이마다 오크로서의 자부심과 베오그에 대한 신앙심이 자신의 내면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것을 느꼈다. 저런 자가 진정한 메시아일리가 없어, 베오그께서 내리신 메시아는 저런 자가 아니야...그러나 모두 공허한 외침이었다. 고위 사제는 무릎에 힘이 풀려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높게 솟은 바위기둥의 뒤편에서 자그마한 그림자 하나가 뛰쳐나와 메시아에게 달려들었다. 찌르는 자였다. 찌르는 자의 비수는 메시아의 스카프를 뚫고 깊숙히 그 칼날을 박아넣었다. 일순간 번갯불이 번쩍이며 메시아의 몸을 타고 요동쳤다. 메시아는 고통스러워하며 찌르는 자에게 도끼를 휘둘렀으나, 찌르는 자는 아슬아슬하게 도끼날을 피하고 재빠르게 뒷걸음질쳤다.

"큰형님! 지금임다!"

찌르는 자가 그의 전기 단검에 묻은 피와 먼지를 털어내며 외쳤다. 수련하는 자와 부수는 자, 내려치는 자, 꿰뚫는 자, 되갚는 자 모두가 하나되어 빈틈을 놓치지 않고 메시아에게로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무기를 휘두른 것은 꿰뚫는 자였다. 꿰뚫는 자는 와르그가 달려온 힘을 실어 있는 힘껏 미늘창을 내질렀으나, 메시아는 비틀거리면서도 확실하게 방패로 공격을 막아내었다. 뒤이어 부수는 자의 샛별철퇴가 허공을 묵직하게 가르며 메시아의 어깨를 노렸고, 그 공격은 명중하여 메시아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게 하였다. 곧바로 내려치는 자의 월아산과 되갚는 자의 장검이 칼날을 빛내며 메시아게로 향했고, 되갚는 자의 것은 메시아의 도끼날에 가로막혔으나 내려치는 자의 월아산은 메시아의 팔뚝을 긋는 데 성공했다.

그 사이 제정신을 차린 베어넘기는 자와, 어둠의 기운으로 물든 단검을 빼든 찌르는 자가 합세하였다. 베어넘기는 자는 내려치는 자를 향한 메시아의 도끼날을 가까스로 방패로 막아내며, 재차 장검을 휘두른 되깊는 자와 함께 자신의 도끼를 휘둘렀다. 메시아는 둘의 공격을 갑옷으로 받아내려 하였으나, 그의 트롤가죽 갑옷은 두 공격을 온전히 막아내기엔 충분히 두껍지 못하였다. 그 틈으로 찌르는 자의 단검이 파고들어 메시아의 생명력을 빨아들였다. 메시아는 자세를 바로잡고 방패를 앞세워 반격하려 했으나, 수련하는 자는 메시아의 방패를 올려쳐내어 억지로 빈틈을 만들고선 그곳으로 여러 차례 정권을 박아넣었다.

뒤따라드는 공격을 방패와 도끼를 휘둘러 받아쳐내면서, 메시아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7명의 오크들 역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적이라는 걸 몸소 깨달았다. 메시아는 7명을 찬찬히 훑어보다가, 이내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정말 잘 싸우는군. 짐승굴의 히드라보다도 훨씬 매서운 싸움이었네."

"아직 짐승굴밖에 못갔다는 이야기로군."

수련하는 자가 말했다. 메시아는 크게 웃으며,

"그래, 맞네. 아직 짐승굴만 들렀다 왔다네. 같이 내려간 놈들이 순 마법사 아니면 사제가 되어버려서 말이지."

라고 대답했다. 이에 수련하는 자가 질문했다.

"네놈은 마법사와 사제는 유독 앞세워 죽게 하더군. 무슨 의도지? 네놈은 모든 오크의 구세주가 아니었나?"

이에 메시아는 살짝 놀라는 눈치를 보였다가, 다시 한 번 소리높여 웃었다.

"정말 대단하군. 자네 말이 맞아. 마법사와 사제들은 모두 앞세워 한시라도 빨리 베오그 님의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네."
"대체 무슨 연유로 그런 짓을..."
"아아, 이유 말인가."

메시아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오브를 구하러 가는 여정엔 기사들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그것도 이렇게..."

메시아는 전쟁군주들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던, 그리고 육중한 칼날의 바르디슈를 휘두르던 전쟁군주의 주검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의 손길이 닿은 전쟁군주의 주검은 마치 불길에 타들어가듯 오그라들더니, 순식간에 빛을 내며 오크의 형상으로 짜맞추어지다가 어느샌가 멀쩡히 살아난 전쟁군주의 모습이 되었다. 전쟁군주는 황홀경에 잠긴, 경외심 가득한 표정으로 메시아를 올려다보며 무릎을 꿇었다.

"당신이...당신이 진정한 베오그의 메시아시로군요."
"그렇다. 나의 뜻을 받들겠느냐?"
"기꺼이 받들겠나이다!"

전쟁군주는 기쁨으로 벅차오르는 얼굴로 바르디슈를 집어들었다. 메시아는 다시 수련하는 자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오브를 구하러 가는 여정엔 이런 유능한 전쟁군주들이 필요하다네. 바르디슈같이 창을 다루는 군주라면 더더욱 가치가 높지. 솔직히 말해, 자네처럼 맨손으로 싸우는 기사는 전쟁군주로 거듭나더라도...그리 도움이 안될거라 생각했네만."

메시아는 방금 전 수련하는 자가 내지른 정권으로 음푹 패인 트롤가죽 갑옷의 가슴팍 부분을 보여주었다.

"생각이 바뀌었어. 자네도 내 여정에 함께해줘야겠네. 자네의 전우들도 특별히 아량을 베풀어 전쟁군주로 성장시켜주도록 하지. 자, 그럼..."

메시아는 어깨를 풀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수련하는 자와 그의 일행은 그제서야,

"염병할, 대화로 시간을 끌면서 부상을 회복했네!"

트롤가죽 갑옷이 찢어진 자리 아래에 완전히 아문 상처자국들을 보며 메시아의 계략을 알아차렸다. 메시아는 물약 한 병을 들이킨 다음, 달려오는 7명의 오크들을 향해 무지의 방패를 세우고 미스릴 도끼를 겨누었다.

"다들 베오그 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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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쉽 마이너 갤러리 오픈기념 단편 : 기상
https://gall.dcinside.com/m/seedship/7


*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26
https://gall.dcinside.com/rlike/167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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