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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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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글쓰는유동 작성일19-07-08 09:48 조회3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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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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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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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 한 차례의 소동 끝에, 노광(28세, 남, 트로그의 미노타우로스, 업화 철거소의 신입 철거업자, 마법사에 대한 편견 강함)은 자신의 절친한 친구 상만(28세, 남, 오카와루의 가고일, rElec)이 번갯불에 휘말려 병원신세를 지게 되는 국면을 맞이한다. 트라우마와 히스테리에 시달린 끝에 우발적 살인을 범할뻔한 운정(29세, 여, 베후멧의 텐구, 업화 철거소의 유능한 철거업자, 남성 기피-혐오 경향 강함)은 자신이 죽일뻔한 상만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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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상만은 텐구들이라면 하나같이 다 비열하고 약아빠진 족속들이라고 생각했다. 운정이 내지른 번갯불에 휘말리던 순간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텐구들은 왜 그럴까 하는 호기심도 커져갔다. 이 점에 있어서 상만은 자신이 노광과는 다른 인물임을 자각하곤 했는데, 노광이 증오에는 증오로-신의에는 신의로 보답하는 인물이었다면, 상만은 왜 자신이 증오와 신의의 대상이 되는지 그 연원을 궁금해하는 인물이었다.일체의 이해타산적인 계산 따위는 없이,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상만이 노광보다 일찍 직장을 구하게 된 것과 그의 사고즈 블로그의 평판이 좋은 것은 아마도 이런 인물됨 덕분이었으리라. 상만은 성실하고 순수했다. 그러면서도 명예의 가치를 아는 오카와루 신도였다.

운정과 이야기를 나누고픈 마음은 아마 여기에서 출발한 게 아녔을까? 하는 것이 상만의 결론이었다. 조금 충동적인 부탁이었음을 애써 부정하지는 않았다. 어째선가 운정과는 꼭 이야기를 나눠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노광이 줄곧 불평하던 그 날카로운 히스테리 덩어리 텐구가 바로 그녀였고, 실제로 왜 그렇게 평가되었는지도 몸소 실감한 상만이었다. 그런 상만 본인도 알 수 없으나, 그는 그녀에게 왠지모를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노광의 직장상사인 딥엘프 철거반장과의 삼자대면 비스무리한 자리에서 만난 운정은, 과연 그 미쳐 날뛰는 천둥새와 같은 인물인지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그녀는 연거푸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그 탓에 상만은 순간 자신이 악역이 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런저런 막연한 느낌들이 뒤섞인 채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던 찰나, 운정이 조심스레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에...저...몸은 괜찮으세요? "

떨리는 목소리였다. 노광이 항상 투덜거리던 찢어지는 듯한 쇳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상만은 자세를 고쳐 침대 위에 앉았다. 온몸이 저릿저릿하긴 했지만, 가고일이라는 타고나는 유전적 특성 덕에-생물 시간에 rElec 형질이라고들 부르는-통증이 느껴지거나 마비가 오진 않았다.

" 생각보다 괜찮네요. 우리네 가고일들이 번개에 강하단 얘기는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실제로 경험할 줄은... "

" 그땐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

운정은 90도로-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허리를 숙이며 다시 사과했다. 상만은 마음 한켠에서 부담감과 씁쓸함을 느끼며, 대체 무슨 일을 겪어왔길래 이미 합의고 뭐고 다 끝난 다음에도 이렇게 깎듯이 사과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 에, 너무 그렇게 격식 차리려 하지 마시고... 제가 더 어린데 그렇게 하시니까 조금 불편하단 말이에요. "

" 네? "

운정은 몹시 당황하며 머뭇거렸다. 깃털들이 불안하게 떨리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상만은 운정이 아직 자기 자신을 추스르지 못했음을 알아차렸다. 노광이 한 차례 분노를 토해낸 다음 기진맥진해하는 모습과 비슷했다.

" 아. 제가 말을 잘못 했네요. 그냥 편하게 얘기하셔도 괜찮다는 말이었어요. "

" 아... "

" 조금 힘들어 보이시는데, 어디 의자라도... "

" 아, 네. "

운정은 어정쩡하고 긴장한 자세로 문 곁에 세워져 있던 접이식 의자를 펼쳐 앉았다. 잠시간의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상만은 반쯤 일부러 잠시 말을 멈추고 침묵했다. 조금은 차분해질 텀을 두어야 이 사람과 대화라는걸 제대로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운정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평범한 자세를 취하는 동안, 상만은 오카와루 신도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우정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이색적인 터콰이즈 블루 계통의 은은한 푸른빛 가디건이 나풀거렸다. 그림을 낙으로 사는 상만답게, 그는 가디건의 색감이 통상적인 터콰이즈 블루와는 다르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정도면 적당한 화젯거리가 되겠다는 생각에 상만은 그제서야 다시 말문을 열었다.

" 가디건 색감 예쁘네요. 어디서 사신거에요? "

" 네? 아... 이거요? "

운정은 잠시 자신의 가디건에 뭔가 묻기라도 했나 싶은 마음에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 가디건 색감이 되게 특이해서요. 일단 사고즈 아울렛에서 나온 건 아닌거같고... "

" 아, 염료 얘기셨구나. 제가 직접 물들인거라서 그래요. "

" 직접이요? "

" 친구 중에 체이브리아도스 믿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취미 삼아서 이것저것 많이 하거든요. 덕분에 잡다한 거 많이 배워봤죠. "

체이브리아도스의 신도들은, 대부분의 '시간' 을 통상적인 시간대로부터 벗어난 채로 보내게 되는데, 마음만 먹으면 남들이 하루를 보내는 동안 1년을 보낼 수 도 있는 덕택에 온갖 취미생활에 전념하는 일이 많았다. 상만은 체이브리아도스 신도들이 작정하고 야망을 품고 그 많은 '시간' 들을 자격증 공부나 고시 공부에 매진한다면 아쉔자리의 신도들은 수월하게 앞지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까닭은 체이브리아도스 신도들 특유의 유유자적하고 차분한 마음씨 탓도 있고, 정작 그렇게 자격증를 수료하거나 하더라도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시간' 을 살아가는 그들은 사실 평범한 사회상에 녹아들기 어렵다는 점도 컸다.

" 진짜 취미생활 하나만큼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죠. 기교로 따지자면 아쉬울 게 없는데, 쓸 수 있는 시간부터가 개념이 다르니 원. "

" 그쵸? 그 친구는 꽃꽂이도 배우고, 양봉도 배우고 그래요. 정말이지 그런 시간이 다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

" 그러니까요. 그건 그렇고, 가디건 색감 말인데요. "

상만은 다시 한 번 찬찬히 가디건의 색조라든가, 채도라든가를 살펴보았다. RGB와 CMYK의 화폭에 몸담는 편이던 그였기에, 아날로그의 색감은 디지털의 그것보단 조금 더 면밀히 관찰해야 제대로 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산뜻하고 약간은 차가워보이는 색감이 터콰이즈 블루가 주는 통상적인 심상이었다. 하지만 운정의 가디건은 뭔가 달랐다. 운정의 가디건에 녹아들어있는 그 색감의 느낌은 마치...

" 굉장히... 힘이 넘치네요. 강렬해요. "

" 네? "

" 가디건이요. 평범한 터콰이즈 블루로는 저런 색감이 안나와요. 얼음 결정이나 차가운 광물같은 느낌이 드는게 일반적인데. "

" 그렇죠. 근데 이건 좀 느낌이 다르죠? "

상만은 그 '독특한 터콰이즈 블루' 의 진면목을 간파해내기 위해 다시금 가디건을 바라보았다. 흠, 하는 소리와 함께 재차 시작된 그의 관찰은 오래잖아 기발한 결론에 도달했다.

" 번뜩이네요. 타오르고 있기도 하고요. 마치... "

" 업화(Damnation)처럼 말이죠? "

" 베후멧이군요. 환하게 작열하는(radiant) 베후멧의 상징. "

" 그걸 터키색으로 표현할 사람은 거의 없을걸요? 끽해야 군청색으로 물들이곤 시프 무나라고 하겠죠. "

운정은 스스로 말을 내뱉고도 순간 당황했다. 이 사람이 시프 무나의 신도는 아닐까? 만약에 그랬다면 운정은 또 한번 이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셈이었다. 운정이 사과하려던 찰나, 상만은 이를 눈치채고 먼저 입을 열었다.

" 오카와루 님을 표현하려면 크롬이라도 써야겠는데요? 음. 이거 말해놓고 보니까 괜찮겠는데. 저도 나름 신앙생활 성실히 하거든요. "

" 아, 오카와루 신도셨구나. "

" 네. 아, 이참에 정식으로 통성명이나 하죠. "

상만은 다시금 자세를 고쳐 앉았다. 대리석의 색감을 닮은 새하얀 환자복의 천 너머로 그의 각진 어깨선이 드러났다. 상만은 조금은 과장된 동작으로 가슴팍에 주먹을 올리며 거창한 목소리로 말했다.

" 명예와 전문가의 신, 천 개의 기교를 굽어보는 자, 자랑스러운 오카와루 님께 프로페셔널리즘을 바치는 28세의 가고일, 석 상만이라고 합니다. 직업은... 일단은 파트타임 청소부랍니다. "

자신의 직업이 청소부인 걸 얘기하는 대목에서, 상만은 스스로도 어설프다는 느낌을 이겨내지 못하고 멋쩍게 웃었다. 운정도 그에 맞춰 멋쩍게 웃었지만, 운정이 생각하기에 이 사람의 직업은 크게 부끄러울 것이 없어 보였다. 이 사람의 정체성은 프로페셔널한 청소부와는 다른, 색채의 세계를 아는 교양인의 것이었으니 말이다. 운정은 자기도 살짝 자세를 고쳐앉으며 부리를 열었다.

" 역동적인 마법의 신, 넘쳐흐르는 힘을 상징, 베후멧을 따르는 29세의 텐구, 천 운정입니다. 직업은 전공과 특기 신앙을 모두 살린... 철거업자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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