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19 > 돌죽문학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설문조사

최근 삭제죽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19

페이지 정보

작성자 글쓰는유동 작성일19-07-08 09:47 조회765회 댓글0건

본문

프롤로그
https://gall.dcinside.com/rlike/98292
01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8336
02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8373
03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8763
04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9233
05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9310
06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9955
07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0348
08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0582
09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1049
10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2174

11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2325
12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3867
13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4842
14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9939
15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10073
16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11767
17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11768
18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15136

* 시험 끝났다 이예에에에에


-------


지난 이야기 : 난데없이 날아드는 번갯불들을 빼어난 반사신경으로 간신히 피한 노광(트로그의 미노타우로스, 남, 28세)은 워락의 거울...이 아니라 특수 코팅된 안전모로 번개 화살을 튕겨내며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한다. 그러나, 노광의 근육뇌의 뇌리에선 이렇다할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는데...


-------

많은 미노타우로스들이 그렇듯이, 노광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판단하는 직관은 굉장히 뛰어났다. 왜 그런 상황이 닥쳤는지, 어떻게 그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지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 흠이었다. 노광의 삶에서 그 흠은 이따금씩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벌어졌고, 바로 지금이 그랬다. 어떤 정신나간 마법사가 칼같이 파고들어오는 번갯불을 쏟아내는 상황의 당사자가 되었을 때, 아마 미노타우로스가 아닌 다른 종족들이었다면 잠깐의 패닉이나 당황 따위에 몸을 피할 수 있는 그 찰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전기구이 신세를 면치 못했으리라.

물론 아무런 답도 없는 상황은 아니었다. 명석함의 목걸이가 주는 무게가 노광의 마음 한켠을 한창 복잡하게 휘젓는 중이었다. 노광은 지금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 누구나도 쉽게 '빡칠 수 있는 상황' 임을 알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가 트로그 님의 신도임이 이번 일을 통해 대놓고 알려진다면? 어쩌면 운정의 히스테리 가득한 행동마저도 정당방위의 자격을 얻으리라. 이른바 '반사회적 신앙' 이라는 오명이 앞으로의 직장생활 전반에 걸쳐 깊숙히 뿌리내리리라. 노광에게 있어 이는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트로그 님의 권능은...

그 순간 또다시 번갯불의 요란한 천둥 소리가 들렸다. 노광은 자신이 엄폐한 기둥이 당장이라도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상태임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더 고민할 여지없이 곧바로 가장 가까운 기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오로지 직관에 따른 순간적인 반응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노광의 직관은 한번 더 제몫을 해냈다. 벽면에 튕긴 번개 화살(Lightning Bolt)은 기둥의 가장 위태로운 구석에 정확하게 적중했고, 기둥은 그대로 무너지며 온 사방에 잿가루를 흩뿌렸다. 아직 물의 정령들이 이 부근에 투입되진 않았는지, 잿가루와 먼지는 한데 뒤섞인 채로 주변을 가렸다. 매캐한 잿가루로 시야가 가려진 순간, 노광은 지금이야말로 기회임을 알아차렸다. 마지막으로 단 한번만 더 자신의 직관이 제 노릇을 다하기를 트로그에게 기도하며, 노광은 자신의 머리만한 안전모로(드라코니언들은 미노타우로스 못지않게 두상이 큰 편이었다)엉성하게나마 정면을 차폐한 채 나가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대여섯 걸음쯤 달렸을까, 노광은 굉장히 단단하고 둔탁한 무엇인가와 부딫히며 잿더미 위로 넘어졌다.

" 아야! "

상만의 목소리였다.

이 때, 노광의 머릿속엔 여러 생각들이 가속 약물을 투여받은 켄타우로스가 초원을 내달리는 듯한 속도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자신은 넘어졌고, 상만도 넘어졌다. 상만은 일어나면서 자세를 바로잡느라 날개를 펄럭였고, 그 바람에 잿가루가 흩어졌다. 자욱하게 낀 잿가루의 틈새 너머로 눈시울이 붉어진 운정이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날아올랐다. 번갯불이 번쩍였다. 그 찰나의 순간 상만은 어리둥절해하며 노광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몸을 숙였고, 번갯불은 상만에게 적중했다.

상만이 쓰러졌다.


새하얀 대리석 바닥 위를 걸어가며 운정은 생각했다. 왜 나는 왜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하지 못해서 안달일까?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받아온 치욕들 속에서 남자들에 대한 증오를 키워왔음을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이건... 이건 아니다. 이건 정도가 지나쳤다. 정당방위는 커녕 살인미수라고 해도 아쉬울 구석이 없었다. 신경쇠약이나 우울증이라는 말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는 뜻일 뿐, 자신이 저지른 짓이 정당화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운정은 자신이 저지른 무책임한 행동이 한낱 화풀이에 지나지 않았음을, 그 불쌍한 가고일 청년이 쓰러지는 순간 깨달았다. 동시에, 그녀 스스로 그토록 증오하던 자기 집안의 남자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운정에게 있어 이는 비통한 깨달음이었다.

운정이 제정신을 잃고-마치 정신나간 트로그 신도들마냥-폭주한 날로부터 어연 일주일이 흘렀다. 가고일 청년은 번갯불 소리를 듣자마자 친구에게 안좋은 일이 닥쳤음을 불현듯이 깨닫고 달려왔고, 운정이 쏜 번개 화살을 친구 대신 맞았다. 만약에 선천적으로 번개에 저항을 지닌 가고일이 아니라, 예를 들어 머포크나 힐오크였다면 운정은 분명 최소 상해죄는 지은 셈이 될 터였다. 그 날 이후 받은 심리검사를 통해 운정의 상태는 심신미약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정서불안을 겪고 있음이 밝혀졌다. 가족들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히스테리 증세를 보였고, 외부 자극에 대해 감당할 수 없는 정서적 부담감에 시달려왔다는 내용이었다.

운정은 어린 시절 역사 교과서에서 본 벽화 하나를 떠올렸다. 까마득히 오래 전, 이름없는 영웅이 조트의 오브로 세상을 바꾸기 전의 야만스러운 세상. 살인이 거리낌없이 정당화되고 광인들과 악마들이 득세하던 세상. 은빛 칼날의 라자탕을 휘두르던 진의 사제들이 번갯불을 맞고 쓰러지는 벽화. 오늘날의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라는 개념은 신의 힘으로도 쉽게 유지시키기 어려웠다는 내용의 수업에 쓰인 자료였다. 대부분의 마법이 보다 효율적인 살인을 위해 연구되던 암흑 시대. 운정은 자신이 마치 그런 암흑기의 미치광이 살인 마법사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법이 몇 가지 수고로운 조치를 취해준 덕에, 일은 크게 커지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작업환경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산업사고 운운하며 너스레를 떠는 대법의 모습에, 후광을 두른 샤이닝 원의 하플링 경찰관은 그런가보다 하며 적당히 넘어갔다. 운정이 날뛴 장소의 풍경이 어지간한 중장비를 총동원해야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폭삭 무너진 탓에, 과연 혼자서 이런 잔해더미를 만들 수 있는지를 의심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운정으로선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상만이 그녀의 '우발적인 행동'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 가고일 청년이 의식을 되찾자마자 처음 꺼낸 말은 자신과 따로 조용히 얘기해보고 싶다는 부탁이었다고 한다.


저 멀리서 파렴치한 텐구가 걸어왔다. 노광은 마음같아선 당장에라도 트로그 님의 은총을 받아 허여멀건한 대리석 바닥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싶었다. 상만이 절대로 저 텐구를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지만 않았더라면, 명석함의 목걸이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그대로 체어샷을 후갈겼을텐데. 대법도 그정도의 폭력은 용인해주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였다. 운정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상만의 병실 문 앞에 멈춰서자, 노광은 더더욱 상만의 부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런 철면피같은 새대가리와 면담을 나눈다고 좋을 게 뭐가 있을까? 이 텐구는 아직도 자신에겐 사과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하긴, 예전부터 마법사들은 항상 미노타우로스들을 무시했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상한 구석에서 마법에 능한 오우거, 마법을 쓴다손 치면 하나같이 느림보 신의 신도들인 트롤과는 달리, 사고즈넷(Sagoz.net)에서 자주 떠도는 말처럼 우리는 고집불통 근육뇌들이었으니!

분노를 삭히기가 어려운 듯, 명석함의 목걸이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노광의 손도 성냄을 못이겨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노광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적이었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자신을 공격했고, 아무런 잘못이 없던 친구에게까지 살인적인 공격을 가한 적이었다. 상만이 쓰러지던 순간 제 1 반의 동료들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노광도 마찬가지로그러한 살인적인 공격을 가했을 것이다. 그건 절제되지 않는 분노로부터 든 생각이 아니었다.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 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명석함의 목걸이가 제 구실을 하고 있었음에도 제 1 반의 모두가 달려들어 자신을 제압해야 했는지를 설명할 수 없지 않던가. 굳이 트로그 님의 신도로서가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누구든지 그 상황에선 눈에 뒤집어지는게 응당 옳은 일이다.

노광은 표정관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진 얼굴로 운정을 노려보았다. 들어갈거면 어서 빨리 들어갈 것이지, 이렇게 우두커니 서있는건 또 무슨 지랄일까? 만약 이 빌어먹을 텐구가 삼십 초 안에 병실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노광은 자신이 직접 손수 모가지를 움켜잡고 상만의 발 아래에 내던지리라고 다짐했다. 깩깩거리는 텐구의 모습을 상상하며, 노광은 역시 마법사들치고 영악하지 않은 인물이 없음을 확신했다. 비록 이번 일을 잘 무마시키기는 했지만-결국 대법도 영악한 딥엘프 아니었던가.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로 피곤해진 탓에 작업안전성이 낮아져 미처 우발적인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 라니. 앞으로의 직장생활과 대법의 선량함을 감안했기에 가까스로 수긍 가능한 타협이었다. 제 1 반이 당분간 반 강제로 휴가를 받고, 대법은 윗선에서 어마어마하게 까였으며, 발동장비 교체는 결재받기 직전 캔슬되었다. 노광은 아직도 그렇게 워커홀릭인 대법이 이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텐구를 감쌌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텐구가 보여준 살인적인 번갯불들을 떠올리면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텐구에 대한 끓어오르는 적개심을 식힐 순 없었다. 어서 들어가라, 엿같은 새대가리 같으니. 너네 마법사들은 다 하나같이 꼴사나운거냐-


뒤통수 뒤에서부터 살기가 느껴진다. 그녀가 여태까지 집안 남자들로부터 느끼던 이유없는 살기와는 다른, 정당한 살기였다. 바로 그 미노타우로스다. 운정은 미안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분명 이 미노타우로스가 여러 차례 불쾌한 언행을 해왔지만 악의를 품고 그리한 것은 아니었다. 제 1 반 동료들에게 점심 약속때 오고싶냐고 물어보면서 운정만 빼먹은 건, 딱히 운정을 빼려던 의도도 아니었다. 운정네 집안 남자들이 작정하고 그녀와 자매들을 괴롭히던 일과는 엄연히 다른 일이었다. 물론 그 일 때문에 운정이 자제력을 잃은 건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운정의 행동이 그거 하나로 정당화된다면 그것 또한 그거대로 우스운 일이었다. 운정은 미노타우로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사과를 받아줄거라 기대하긴 어려웠다. 애초에 운정은 남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법이라곤 배워본 적이 없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나마, 지금은 가야할 곳에 가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텐구가 병실로 들어갔다. 노광은 그제서야 자신이 곁눈질하고 있던 소화기로부터 시선을 거둘 수 있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접속자집계

오늘
989
어제
1,201
최대
2,947
전체
1,401,684
그누보드5
사이트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Copyright © webzook.net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