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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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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글쓰는유동 작성일19-07-08 09:37 조회1,7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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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https://gall.dcinside.com/rlike/98292
01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8336
02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8373
03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8763
04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9233
05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9310
06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9955
07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0348
08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0582

* 설정 같은거 자세히 알고싶거나 물어보고 싶은거 있으면 물어봐줘!



지난 이야기 : 귀잽이네 치킨에서 노광(28세, 남, 미노타우로스)은 감히 강대하신 트로그 님을 모욕한 자칭 '초월-치킨' 을 무참히 찢어버리...지 않고, 대법(42세, 남, 딥엘프)의 도움 덕에 무사히 신앙을 들키지 않은 채 환영회는 일단락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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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만은 노광이 반쯤 취한 채로 들려주는 환영회 얘기를 들으며, 자신의 친우가 지닌 엄청난 강운을 몹시 부러워했다. 명예로우신 오카와루 님을 섬긴다는 포미시드 선배가 네 손에 각각 다른 종류의 맥주를 한 병씩 쥐어든 채 병나발을 연거푸 불더니 그대로 뻗었다는 얘기를 하며 노광은 호탕하게 웃었다. 술기운 탓인지, 아니면 여느 미노타우로스랑 다를 바가 없는 탓인지, 상만이 보기에 노광은 자신의 신앙이 들킬 수 도 있는 상황이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새삼스레 그 딥엘프 작업반장이라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며, 상만은 회색 드라코니언 선배가 중간에 숨도 안쉬고 계속 병나발을 불던 이야기를 하는 노광을 바라보았다. 시원스레 웃으며 한껏 과장된 제스쳐를 선보이는 노광은 누가 봐도 미노타우로스였다.

노광이 일찍 잠든 사이, 상만은 그의 사고즈(sagoz.com) 블로그를 훑어보았다. 먼젓번의 야경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극화체로 그린 그림은 기대 이상으로 열렬한 반응을 받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고자그의 신도였다면 진정으로 '금손' 이라 불리우지는 않았을까? 상만은 그림에 달린 덧글들을 보며 미소지었다. 인터넷에서 얻는 이런 소소한 영광과 명예조차도, 오카와루 님의 신도로서 열심히 기예를 갈고 닦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상만은 오카와루 님께서 청소부로서의 자신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자신에게 선물을 하사하시기를 소망하며 기도를 올렸다. 원하는 선물이 아닌 기상천외한 선물을 주시는 오카와루 님이셨지만, 아무래도 타블렛 하나 정도는 살면서 한번쯤 받지 않을까 싶었다.

사고즈의 메인에는 여러 칼럼들과 뉴스들이 즐비해 있었다. 언론사들은 진의 신도들, 고자그의 신도들이 큰 비중을 갖고 있었지만 오카와루 님의 신도들도 꽤 있었다. 자신의 생업을 단순한 돈벌이의 수단이 아닌 진정한 업으로써 여기는 사람들. 그렇게 명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야말로 오카와루 님의 신도들이었다. 이렇게 오카와루 님을 따르는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명예라면, 진의 은빛그룹 계열 언론사들은 당연히 질서정연한 사회였다. 상만은 사고즈 메인에 올라온 '데일리 변증론자(Daily *Apologist)' 의 칼럼을 읽어보았다. 몇년 전 발생한 끔찍했던 루고누 테러리스트들의 대대적인 테러에 대한 논평과(당시 상만은 고향에 있었지만, 이 때의 테러가 극도로 참혹하였음을 뉴스를 통해 보았다. 그 때 보도된 참상은 어린 상만에게 있어 한동안 트라우마가 될 정도였다) 지금의 시국에 대한 이야기였다. 칼럼은 아직도 루고누의 테러리스트들이 심연 저편에서 호시탐탐 혼돈의 재림을 노리고 있음을 경고하며, 은빛그룹 계열의 방산업체가 좀 더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상만은 그 글을 쓴 칼럼리스트의 다른 글들도 살펴보았다. 힐오크 출신의 이 칼럼리스트는 베오그를 섬기는 집안에서 뛰쳐나와 독실한-조금은 과격한-진의 신도로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확실히, 베오그를 믿는 집안이라면 자신도 뛰쳐나갔을거라고 상만은 확신했다. 그 오만한 텐구들조차도 집단 린치를 가하거나 하지는 않는다(텐구들은 단지 편견이 심할 뿐이었다). 그러나 베오그의 광신도들의 묻지마 집단 폭행에 의해 약자들이 영구적인 장애를 가지게 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일은 빈번했다. 그러나 상만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베오그 신도들의 타겟은 주로 소위 말하는 '불결한 종족들' 이었는데, 희생자가 미라라면 거의 열에 아홉은 사망자가 나올 정도였으나 정작 은빛그룹의 언론에선 그런 사건을 크게 보도하지 않았다몇몇 양심있는 이들이 작게나마 보도할 뿐이었다(얼마 가지 않아 그룹에서 해고되는 이러한 사람들은 곧잘 엘리빌론의 신도로 개종하여 자그마한 인터넷 신문들을 운영하곤 했다). 이 힐오크 칼럼리스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베오그 신도들의 위험성을 이야기하지만, 희생자들 중 3할을 차지하는 언데드와 데몬스폰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상만이 보기에 이 칼럼리스트가 쓴 이레데렘눌 갱단에 대한 논평은 조금 오류가 있어 보였다. 사회적 빈곤과 무관심, 편견으로 인해 극한까지 내몰린 언데드와 데몬스폰에겐 자연스레 세 가지 선택지만이 남는다. 악신에게 몸을 맡기거나, 그나마 이들에게 호의적인 마크레브 주식회사에 사설 경호원으로 취직하거나, 아니면 어디엔가에 있다고 전해지는 키쿠바쿠드하의 지하도시를 찾아 도망치는 것. 두번째 선택지는 운좋게 강인한 변이를 타고난 데몬스폰들이나 선택 가능한 것이었고, 세번째 선택지는 툭하면 몸이 부서지거나 썩거나 타들어가는 언데드들과 허약한 데몬스폰이 감내하기 어려운 여정이었다(도시는 그래도 적게나마 복지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결국 대부분의 '불결한 종족들' 은 자신들과 가장 친숙한 검은 횃불의 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방법뿐이었다. 진의 신도인 이 칼럼리스트가 보기에는 '종족 단위로 타고난 악한의 기질' 이 원인이겠지만, 상만이 생각하기에 이레데렘눌 갱단이 수세를 불려가는 상황은 언데드와 데몬스폰에 대한 사회적 멸시가 가장 큰 원인임이 틀림없었다.

상만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샤이닝 원을 믿는 원룸 건물 경비원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눈부신 후광으로 둘러싸인 녹빛 비늘의 드라코니언 경비원도 언데드와 데몬스폰을 싫어할까? 이 원룸에 언데드나 데몬스폰이 입주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저 너머로 엘리빌론의 신도들이 운영하는 대리석 병원의 은은한 빛이 보였다. 사회적인 '선' 이라 인정받는 삼대 선신들 중에서도, 엘리빌론의 신도들은 그나마 언데드와 데몬스폰에게 자비로운 편이었다. 다만 그들도 아직까지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오늘도 수많은 '불결한 종족들' 이 키쿠바쿠드하의 불법 의료진에게 몸을 맡기며 위태로이 살아간다.

이 도시에서 샤이닝 원은 진정한 정의인가. 진은 순수한 질서인가. 엘리빌론은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는가. 상만이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이 도시의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변증론자Apologist : 진 신앙도 1성일때의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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