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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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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글쓰는유동 작성일19-07-08 09:36 조회6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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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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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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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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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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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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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정 같은거 자세히 알고싶거나 물어보고 싶은거 있으면 물어봐줘!



지난 이야기 : 관록있는 작업반장, 김대법(42세, 남, 베후멧의 딥엘프)을 필두로, 제 1철거반의 인원들은 오랜만에 새로 들어온 신입, 미노광(28세, 남 트로그의 미노타우로스)을 위한 환영회를 '귀잽이네 치킨(Elvish chicken)' 에서 진행한다. 선배들의 소개가 끝날 즈음, 노광의 차례가 오고야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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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은 무의식적으로 목에 걸은 명석함의 목걸이를 향해 손을 뻗을 뻔 했다. 제대로 걸려 있겠지? 적어도 눈에 띄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목걸이는 노광의 양복 아래에 얌전히 걸려 있을 터였다. 자기소개라. 어린 시절, 노광은 자기소개를 할 때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 저는 강대하신 트로그 님의 자랑스러운 미노타우로스입니다! "

그의 다부진 체격뿐만 아니라, 이러한 자기소개 역시 다른 양아치들이 노광을 건드리지 못한 이유였음을 깨달은 건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이었다. '트로그 님에게 자랑스러운 신도' 는 아무래도 다른 이들에겐 '마구 날뛰는 미친개' 정도로 취급된다는걸 깨달은 건 운동계에서 제명되던 순간이었다. 노광은 진심으로, 면접을 보던 시간보다 더더욱 시간이 느리게 흐르며 의식이 아뜩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사손의 옆자리에 앉은, 체이브리아도스의 트롤인 지연에게 영향을 받은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광은 미노타우로스였다. 자랑스러운 미노타우로스. 그 어느 종족보다도 강건한 육체를 지닌, 마땅히 당당하게 모두 앞에 서있을 수 있는 미노타우로스!

" 저는 자랑스러운 미노타우로스입니다! "

자신있게 내뱉은 한마디였지만, 정작 다음 장을 말하려니 무엇을 말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 어...특기는? "

사손은 약간 의아해하며 그게 끝이냐는 투로 물었다. 특기. 특기! 노광의 특기는 때려부수는 것이었다. 무엇이든지 간에, 이 굳건한 골격과 요동치는 근육을 통해서!

" 특기는 순수한 파괴! 오로지 이 몸 하나만으로 그 어떤 마법 없이도 엄청난 파괴가 가능합니다! "


그 찰나의 순간을, 노광이 당당하게 말한 그 한순간을 대법은 놓치지 않았다. 저 미노타우로스 청년은 확실히 미노타우로스다운 우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또 확실히 미노타우로스다운 짧은 생각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다(아니면 그저 대법의 관록이 깊은 것이거나). 이제 1반의 다른 철거업자들은 수면 위로 떠오른 노광에 대한 궁금증을 건져올려버릴 것이다...

" 마법 없이? 보조용 마법조차도? "

가장 먼저 석용이 의아하다는 투로 질문을 던졌다. 대법은 석용의 작업 스타일이 순수 대지마법사라고 하기에는 작업 보조 및 안전 확보용 마법들의 비중도 적잖은 것을 알고 있었다. 주술과 부여술을 적절히 섞어가며 다양한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작업하는 철거업자. 대법이 석용을 1반에 등용한 것은 그러한 능동적인 마법 응용력 때문이었다. 물론, 트로그의 신도임이 분명한 노광에게는 능동적인 작업 태도라면 몰라도 마법에는 손을 대지 못하였을 터였다.

" 주술이라든가 부여술이라든가... 쓰기 좋은 마법들 많아 신입. 나중에 시간되면 가르쳐줄 수 도 있다만... "

" 맞아! 난 형님 덕분에 레다의 용해술(Leda's liquefaction)도 조금 아슬아슬하지만 써먹을 순 있게 됬거든! 너도 시간내서 한 번 배워봐! "

사손은 옆에서 석용의 조언을 거들었다. 물론 대법은 사손이 현장에서 용해술을 한두번 쓰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냥 평소처럼 굴을 파면서 작업했음을 알고 있었다. 오카와루의 신도답게 가끔씩은 유려한 파괴의 기예가 무엇인지를 의도치 않게 보여주곤 하는 사손은, 여느 포미시드들과는 비교하기 미안해질 정도로 섬세하고 깔끔한 작업을, 그것도 남들의 배에 달하는 속도로 마쳤다. 하지만 이 역시 노광을 통해서 기대할 수 있는 결과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제 1 철거반은, 다른 철거반들이 투입되기 까다로운 환경에 투입된다. 말하자면 일종의 구원 투수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 역할이었다. 대법 본인은 일단 모든 철거반에서 가장 뛰어난 파괴마법사이자 가장 작업에 열중하는 인물이었다. 석용은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이었고, 사손은 전이마법이 그다지 필요 없는 상황에 투입하면 남들의 배에 달하는 완성도와 신속함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지연은 평소에는 다른 시간축에 있다가, 위험한 상황일 때 투입하여 작업 현장의 시간을 느리게 만들어 원활한 작업이 가능하게끔 하는 역할을 맡았고, 운정은 대법 본인도 손대기 어려운 정밀한 작업이 필요할 때 투입되는 역할을 맡았다. 양호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응급의의 역할이다.

그리고 대법이 노광을 등용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대법의 계획 속에서 노광은(그가 트로그의 신도가 맞다는 전제 하에) 세밀함이 요구되지 않는 현장에 투입하거나, 다른 인원들의 마력이 부족해질 때 투입하여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는 역할이었다.  사손의 은근한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이러한 역할을 맡기에 적절치 않았고, 전이마법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자칫 위험에 처했을 때 그대로 사고에 노출된다는 점을 의미했기에 사손의 투입은 노광보다 비교적 제한되어야 마땅했다. 얼마 전 사손이 크게 다칠 뻔한 붕괴 사고에서도, 사손은 공간이동(teleport)이나 순간이동(blink)으로 탈출할 수 없었다. 석용이 골루브리아의 통로(passage of Golubria)를 준비했기에 더 늦기 전에 탈출할 수 있었지만, 석용이 마력이 모자란 상황이었다면 사손은 그대로 무너지는 기둥들 사이에 파묻힐 뻔 했다. 그리고 대법은 자신의 부하 직원들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트로그의 신도라면, 붕괴되는 기둥들을 집어던지면서라도 충분히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부상을 입는다 할지라도, 트로그의 손길로 충분히 현장에서 기운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노광은 마력의 양을 가늠하며 작업에 빠지고 복귀하기를 반복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 굳이 광폭화에 빠지지 않아도 체이브리아도스 신도인 지연의 힘과도 견줄법한 노광의 존재는 제 1 철거반에게 있어 더할나위없이 귀중한 인재였다. 이러한 노광이 트로그의 신도라는 사실은 늦건 이르건 밝혀지겠지만, 서로가 초면인 지금 알려지는 것은 지나치게 이른 편이 분명했다.

" 말씀은 감사합니다만...제가 워낙에 머리가 안좋아서. "

노광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대법이 생각하기에, 노광 본인도 어렴풋하게나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눈치챈 것 같았다.

" 역시 미노타우로스네. 몸만 가지고 뭘 하겠어? "

대법은 언제나 운정의 오만함이 독이 될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타이밍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운정의 표독스러운 말 한마디가 그녀의 부리 사이로 툭 튀어나오자, 대법은 재빨리 곁눈질로 노광의 목덜미 쪽을 확인해보았다. 살짝 부풀고 구겨진 옷매무새를 보아 하니, 명석함의 목걸이는 아직 걸려 있는 것 같았다.

" 허, 지금 자랑스러운 미노타우로스의 육체를 무시하시는 겁니까? "

노광은 명석함의 목걸이 덕에 터져나오는 분노를 잠재울 수 는 있었으나, 이성적인 판단으로도 방금 들은 말은 모욕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 가르쳐줘도 못배운다는 우둔아. 미노타우로스들이 다 그렇지 않았나? "

" 운정아, 그건 좀 말이 과격한 것 같은데... "

운정이 대놓고 노광의 태도에 반감을 표하자, 지연은 차분한 목소리로 운정을 말렸다.

" 에헤이, 운정 선배 아까부터 계속 그러시네. 저도 용해술 배우기 전까지도 멀쩡히 작업 잘 하고 다녔는데요? "

사손도 적당한 너스레를 떨며 운정을 말렸다. 대법은 언젠가 자신도 대뜸 운정의 날벼락을 맞아본 경험을 떠올리며 운정의 날카로운 성격을 고쳐야할 필요성이 있음을 다시금 되새겼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노광의 신앙이 들통나지 않도록 하는 편이 우선이었다.

" 자자, 운정 씨가 워낙 성격이 날카로우셔서... 그러려니 해줘 신입. "

사손은 마찬가지로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는 노광도 말렸다. 그리고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 아, 생각해보니까 너도 그럼 오카와루 님 신도겠구나? 마법 없이 철거가 가능하단 걸 보면. "

대법은 지금이 개입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 사손 씨. 아무래도 초면에 신앙을 여쭙는 건 조금 불편한 행동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

" 아...아차아차. 죄송해요 반장님! 신입 받아보는건 처음이라 조금 들떠서... "

사손은 자기가 무슨 의미의 말을 했는지를 깨닫고서는 노광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상식, 기본적인 예의 중 하나가 바로 '남에게 신앙을 묻지 말아라' 였으니 미안할 법 했다. 어느 신앙인지를 상대에게 물어보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갈등론을 부추길 염려가 있었기에, 이 도시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남들의 신앙을 함부로 묻지 말라고 가르쳐왔다. 만약에라도 상대가 반신족이라든가 하면, 썩 난감하고 어색하지 않겠는가?

" 살짝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전 노광 씨가 우리 1 철거반에게 있어 귀중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작업반장인 저의 의견이 이러하니, 여기 계신 우리 동료분들 모두 언젠간 저와 같은 결론을 내리실거라 믿습니다. 그렇겠지요, 운정 씨? "

운정은 대법의 눈치를 잠깐 보더니 이내 부리를 다물었다. 지연은 운정에게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보며 그녀를 다독였다. 대법이 생각하기에, 운정이 가진 미노타우로스들에 대한 편견과 마법을 배우지 않으려 한다는 태도에 대해 마법사로서 그러한 반응을 보인 것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그 누구보다도 운정 스스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라고 대법은 걱정했다. 다행스럽게도, 노광은 아주 격노하지는 않아 보였다. 아마도 이러한 상황에 자주 처했기에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졌으리라.


귀잽이네 치킨 특유의 직화구이 통닭이 나오자, 1반의 인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웃으며 치킨을 뜯었다. 노광은 왠지모르게 도움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왠지모르게 작업반장이 연거푸 맥주를 들이키는 걸 보았지만 별로 이상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탓에 기분이 묘해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못된 텐구 여마법사 역시 치킨이 나오자 옆자리의 지연과 함께 흥겨워하며 치킨을 뜯었다. 노광은 역시 텐구들은 믿을만한 족속들이 아니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치킨을 뜯었다.

그 직화구이 통닭은 맛이 끝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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