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02 > 돌죽문학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설문조사

최근 삭제죽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02

페이지 정보

작성자 글쓰는유동 작성일19-07-08 09:30 조회341회 댓글0건

본문

프롤로그

https://gall.dcinside.com/rlike/98292


01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8336




지난 이야기 : 4년차 광...아니 4년차 구직활동중인 트로그의 신도, 미노광(28세, 남)은 그 동향 친구이자 룸메이트 가고일, 오카와루 신도인 석상만(28세, 남)과 잡담을 나눈다. 이후 아침이 되자 상만은 파트타임 청소부로 출근하고, 노광은 다시 한번 면접길에 오른다...



 -------



 노광은 누가봐도 트로그의 신도가 타고있어요 라고 만천하에 떠벌리는 듯 한 몰꼴의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여기저기 잔뜩 우그러지고 찌그러져 성한 곳이라곤 엔진밖에 없을법한 그의 차는 거의 매일같이 노광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내해야만 했다. 다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노광은 어제의 실패를 자극 삼아, 어느 때보다도 철저하게 면접에 임할 심산이었다. 상만이 기교를 힘껏 부려 놀라우리만큼 곱게 다린 양복이 구겨지거나 하면 면접에서 큰 낭패를 볼 것이 뻔했기에, 오늘만큼은 가능한 한 침착함을 유지하고자 마음먹었다.


신호가 빨간불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어제의 체이브리아도스 신도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횡단보도는 그 길이가 길이인만큼 신호가 긴 축에 속했다. 노광은 차를 멈춰세우고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종족들이 거리를 거닐며 이 도시를 활보하고 있었다. 빛나는 자의 신도로 보이는 머포크 경찰관은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보이는 후광에 감싸진 채로 물을 홀짝이면서 군중을 지켜보고 있었고, 너무나도 몰개성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옷차림의 서너명의 인간들이 잡담을 나누며 걸어가고 있었다. 아직 비늘이 갈색인 어린 드라코니언 유치원생들은 굉장히 바쁜 기색을 보이는 보라색 드라코니언을(물론 옷은 제대로 갖춰 입었다. 노광은 아직도 어린 시절에 교과서에서 읽은 희곡 <벌거숭이 드라코니언과 트롤 그리고 오우거 이야기>가 실화를 기반으로 씌여진 것이라는 데에 있어 아연실색했다) 옹기종기 모여 따라가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한 무리의 자랑스러운 미노타우로스들이 껄껄 웃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뽐내며 지나가고 있었다. 비록 트로그 님을 신앙하는 이들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종족들이 뭉쳐 얽혀가는 이 도시에서 동족을 만난다는 것은 썩 반가운 일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동족들보다도 노광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일군의 시위 행렬이었다. 자칭 3대 선신인 빛나는 자, 엘리빌론, 그리고 진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들, 소위 말하는 이른바 '불결한 종족'들이었다. 조금만 다쳐도 몸이 심하게 바스러지는데다 상처를 제대로 아물게 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머미들, 혐오스러운 식습관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구울들과 뱀파이어들. 머미는 행여나 몸이 손상되는 일을 막기 위해 누가봐도 입고 있기 버거워 보이는 육중한 보호구로 몸을 지키고 있었고, 구울들은 온몸에 방부제 크림들을 덕지덕지 바른 모습에다, 뱀파이어들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 누더기를 뒤집어쓰고(수입이 안정적인 몇몇은 드물게 선글라스와 양산을 쓰고)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피켓을 든 채 횡단보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보다도 노광의 눈길을 끄는 자들은 바로 다름아닌 데몬스폰들이었다. 오늘날에야 악마와 인간 사이의 연애와 결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라고는 해도, 불과 10여년 전인 노광의 어린 시절만 해도 데몬스폰들은 악마나 인간의 호기심과 혈기 가득한 불장난이 토해낸 찌꺼기 취급받는 존재들이었다. 노광이 특히나 그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점은, 데몬스폰들은 어린 시절에는 외견상 인간과 다를 바 없지만 또래의 인간들보다 허약하기에 곧잘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었다. 고향에서 한부모 가정이나 고아원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몬스폰들을 보며 노광은 약자에게 함부로 힘을 쓰지 않겠노라고 굳게 다짐하며 자라왔다. 이러한 그의 심성을 두고 상만은 우스개 삼아 잔혹한 트로그 님의 신도보다는 엘리빌론의 신도에 가깝지 않냐며 종종 장난을 치곤 했지만, 오카와루의 신도인 상만 못지않게 노광도 영광과 명예의 소중한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트로그 님께서는 약자보다는 강자를 꺾는 모습에 더 기뻐하시리라 믿었다.


 다행히도 시위 행렬은 신호가 바뀌기 전에 제때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몇몇 데몬스폰(사실상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인)들이 행렬에서 뒤쳐지긴 했지만, 행렬의 다른 시위자들이 부축해주어 건너갈 수 있었다. 노광은 비슷한 사회적 약자로서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편견과 부당한 처우에 대해 속으로 조용히 분노를 삼켰다. 물론 양복이 상하면 안되니만큼 어제처럼 격렬하게 표출하지는 못했지만. 이후 계속 차를 몰고 나아간 끝에, 노광은 무사히 오늘 그가 면접을 볼 장소에 도착했다. 베후멧의 신도들이 운영하는 철거업체, '업화(Damnation) 철거소'. 원래대로라면 대학에서 파괴술을 전공했다가 막상 졸업하니 할일없는 베후멧의 신도들, 그중에서도 주로 대지술 전공자들이 지원하는 곳이다. 마땅히 취업할 곳이 없어서 그렇지, 엄연히 마법 전공자들인 그러한 고학력자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사회에서의 인식은 의외로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이제 이곳에, 노광은 미노타우로스답지 않게 그리고 트로그 님의 신도답지 않게 한 가지 꾀를 내어(물론 이러한 아이디어를 얻을 때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지원해보았다. 대체로 파괴술사들만이 모인 이곳에선 분명히 파괴술만으론 처리하기 까다로운 일거리들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트롤이나 오우거, 미노타우로스와 같은 육체파 종족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할 터인데 트롤 대지술 전공자들은 베후멧 신도보다는 체이브리아도스의 신도인 경우가 많기에 일선 작업 현장직으로 고용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우거는? 오우거들이 말이 육체파이지 사실은 무거운 물건들은 인간보다도 휘두르거나 옮기거나 하기 어려워한다는 건 상식이다. 만약에 경쟁자가 있다면야 포미시드나 오크 정도인데, 포미시드들은 순간이동이나 공간이동을 이용할 수 없으니 범용성이 떨어지고, 오크들은 진의 신도가 되어 은빛그룹에 특채되거나, 꼴통 스킨헤드 집단인 베오그 신도와 엮일 수 있기에 이런 취업전선에서 마주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업화 철거소에 노광이 취업할 확률은 굉장히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노광은 상만마저도 이것이 미노타우로스의 머리에서 나온 계략이라니 라며 놀란 이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미노타우로스 치고도 다부진 체격인 그의 몸에 딱맞는 핏을 갖춘 양복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고, 가장 중요한 명석함의 목걸이를 이질감과 어색함을 견디며 목에 건 다음 옷 사이로 깊숙히 숨겼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면접 대기줄에 있던 노광의 이름이 호명되자, 노광은 조금 긴장하며 트로그 님께 다시 한번 기도를 올렸다. 트로그 님의 음성은 물론 들리지 않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접속자집계

    오늘
    307
    어제
    1,188
    최대
    2,947
    전체
    969,089
    그누보드5
    사이트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Copyright © webzook.net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