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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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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글쓰는유동 작성일19-07-08 09:29 조회8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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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https://m.dcinside.com/view.php?id=rlike&no=98292&page=1


지난 이야기 : 4년차 광전...아니 4년차 구직활동중인 미노타우로스, 미노광(28세, 남)은 운나쁘게도 횡단보도를 지나가던 체브리 신도들에게 길이 막혀 면접날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다. 결국 또다시 면접에서 탈락한 노광은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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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은 지친 몸을 이끌고 계단을 한칸 한칸 올라갔다. 면접 준비는 완벽했다. 비록 면접에서 신앙을 물어보는 일은 없었겠지만, 트로그의 신도임을 확인하기 위해 성질을 긁어볼 만약을 대비해서 그 귀하다는 명석함의 목걸이도 구해온 노광이었다. 목걸이를 걸고 있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어색함과 이질감을 느끼긴 하지만, 면접을 보는 그 잠깐정도는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면접은 결국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 ...생각할수록 빡치는구만! 망할 달팽이들 같으니! "

노광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가까스로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가 사는 집은 노광처럼 돈이 궁한 이들을 위한 원룸이었다. 다만, 아무리 미노타우로스가 체구가 크다고 해도, 노광이 힘겹게 집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간 집의 모습은 그 혼자 살기에는 살짝 넓어보였다...

" 오, 면접 어땠냐? "

바로 그의 룸메이트인 동갑내기 가고일, 석상만(28세, 남)때문이었다. 집세를 둘이서 분담하면 부담이 덜하겠다는 발상이 미노타우로스답지 않게 번뜩 떠올랐을 때, 노광은 마침 같은 시기에 상경한 상만과 함께 원룸을 구할 수 있었다. 노광과 같은 고향 출신이자 절친한 죽마고우이기도 한 상만의 물음에, 노광은 굉장히 깊게 한숨을 내쉬고서는 상만이 건네는 캔맥주 하나를 받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 뭔 한숨이 어비스까지 가겠다. 일단 이거부터 마시면서 좀 쉬어 오늘은. "

상만과 노광은 '고자그의 황금맥주! 언제 어디서나 차가운 맛을 즐기세요!' 라고 적힌 캔맥주를 들이켰다. 노광은 오늘따라 맥주의 목넘김이 술술 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거푸 맥주를 들이키는 노광의 모습을 보며, 상만은 친구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만과 노광은 같은 고향 출신 친구이자 평생을 함께해온 동창이었다. 상만이 제대로 날개를 가누기 전부터도, 둘은 누구의 종족이 가장 짱짱인지에 대한 열띈 토론을 즐기며 자라왔다. 노광이 근육을 뽐내며 전도유망한 예비 운동선수로서 여학생들의 사랑을 한껏 받을 때면, 몇달 뒤 노광이 제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대판 싸운 여학생들이 울먹이면서 상만에게 뿔에 들이받혔다며 하소연하는 것을 들어준 일들은 학창시절의 썩 괜찮은 추억거리였다. 상만이 어느 텐구 일진과 시비가 붙어 하늘을 날아다니며 대판 싸울 때, 노광이 의자를 던져 정확하게 텐구만을 격추시킨 것도 학창시절의 즐거운 기억들 중 하나였다. 상만은 자신의 학창시절이 최소한 지루하지는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취업할 시기가 다가오자, 노광과 상만은 그리 순탄치 않게 살아갔다. 트로그를 믿는 미노타우로스와 오카와루를 믿는 가고일에게, 취업전선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노광은 경기 도중 너무 많이 광폭화해버리는 모습을 보여 여느 트로그 신도들과 마찬가지로(경기에서 목걸이를 마법적 장신구를 착용하지 못하도록 규정이 바뀐 게 큰 타격이었다) 운동계에서 영구제명을 받았다. 그나마 상만은 어느 청소업체에 청소부로 취직할 수 있었다. 파트타임 비정규직에 가까웠지만, 적은 액수라도 수입이 생겼다는 점은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일이었다. 또한 재빠르고 섬세한 기교로 구석구석 꼼꼼하게 화장실이나 사무실 등등을 깨끗이 하는 일에서 상만은 미약하게나마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도 드물게나마 있었으나, 결국 자신이 사회적으로 여전히 나약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떨쳐내기는 어려웠다. 월말에 보너스랍시고 받는 청소용구들 중에 쓰레기같은 이상한 물건들이 껴있을 때는 더더욱 그러했다.

상만과 노광은 저녁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텐구들과 가고일들, 몇몇의 드라코니언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에겐 그렇게도 힘들고 고달픈 하루마저도, 노광은 그조차도 누릴 수 없었다. 디스메노스의 신도가 농간을 부린 것인지, 그날의 밤하늘은 유난히 어두컴컴했다.


노광은 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고안된 수정 재질의 알람 시계를 내리쳤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시계는 부서지지 않았다. 이 원룸의 두 사내는 졸음에 겨운 채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상만은 오조쿠부(ozocubu.TM) 상표의 자그마한 냉장고를 열어 둘의 아침 끼니를 때울 판데모니엄 피자를 꺼냈다. 차갑고 딱딱하게 식은 것을 다시 데워먹는 것이었음에도,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아온 판데모니엄 피자답게 나름 괜찮은 맛이었다.

" 이 맛있는게 예전에 없어졌던 시절이 있었다는게 믿기질 않아. "

" 분명 헛소리라니까. 어느 정신나간 녀석이 이걸 없애버리겠어? "

노광이 생각하건대, 판데모니엄 피자의 명맥이 한동안 끊긴 시절이 정말로 있었다면 그때는 겁쟁이들이 활개치는 시절이었음이 분명했다. 제정신을 잃은 게 아니고서야, 세상에서 판데모니엄 피자라는 희대의 명물을 없앨 생각을 누가 했겠는가? 아마도 판데모니엄 피자 측에서 나름대로의 독특한 마케팅 기법을 이용한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둘은 각자 면접과 출근을 준비했다. 노광은 4년간의 면접을 거치며 그와 함께해온 양복을 다시 한번 갖춰입었다. 미노타우로스 치고도 다부진 체격의 그는 슈트 핏만 따져보면 유능한 신입사원의 이미지가 퍽 알맞았다. 상만은 그냥 평범한 옷차림이었다. 하기야 몸이 온통 돌덩어리이니 옷감이 상하지 않으려면 튼튼하게 짜여진 옷들만 계속 입어야했기에 매번 옷차림이 비슷할 수 밖에 없었지만.

상만은 노광에게 면접 잘보라는 말과 함께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노광은 '비행 불가능 종족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 정책'의 수혜자로서 받은 자동차에 시동을 걸며 오늘은 부디 면접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트로그에게 기도했다. 모두에게 살육을 명하는 트로그의 음성은 당연하게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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